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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에 빠진 6000명 … “꽃에 취하면 절벽도 눈에 안 들어와”
[중앙일보] 입력 2012.12.08 00:49 / 수정 2012.12.08 00:49‘야생화 도록’ 만든 동호인 ‘야사모’ 집단 지식작업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나태주 시인의 ‘풀꽃’ 전문)
야생화에 빠지면 ‘대책’이 없다. 손톱만 한 크기의 야생화는 온실에서 다듬어진 화초에선 느낄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낸다. 야생화에 매료돼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발길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일주일이면 피었다 지는 꽃을 보기 위해 거친 산행도 마다 않는 사람들, 갖고 싶은 꽃을 차마 꺾을 수 없어 흙바닥에 납작 엎드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야생화 매니어 6000여 명이 모인 ‘야사모(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바로 이들의 아지트다.
야생화 찍으며 금슬도 좋아져

야사모에는 고수들이 많았다. 꽃이 피는 장소와 시기를 정확히 알고 꽃탐사를 가는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정씨는 점점 야생화 보는 눈을 떴다. 1월 초순에는 강원도에서 복수초를, 2월 중순에는 변산바람꽃을 찍고 3월이면 얼레지와 노루귀를 보러 떠났다. 집에 있던 부인도 따라나서면서 금슬도 좋아졌다.

이들을 미치게 하는 야생화의 매력은 뭘까. 10년차 꽃쟁이 정덕희(46)씨는 “꽃을 보면 압도당하는 기분이 든다”며 “야생화의 신비한 기운이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13시간씩 산행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해란꽃이 내 첫사랑”이라고 말하는 김경숙씨는 “대부분의 야생화는 손톱만 하거나 커도 손가락만 해서 차가운 흙바닥에 납작 엎드려야 온전히 볼 수 있다. 야생화와 눈 마주치는 것은 ‘낮은 자세의 미학’”이라며 웃었다. 개화 기간이 짧은 것도 꽃쟁이들의 애를 태우는 매력이다. 윤연영(57) 야사모 회장은 “야생화는 1~2주간 피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다른 꽃에게 제 자리를 내준다”며 “그때를 놓치면 내년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에 더 간절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야생화 500종 도록에 담아

애정이 지나치면 큰 일을 내게 돼 있다. 야사모가 12년에 걸쳐 꾸준히 활동하고 회원이 늘어나자 회원들의 욕심도 커졌다. 일 년에 한 번 연말 사진전을 열던 동호회원들은 사진을 한두 번 보고 끝내는 전시회보다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누군가 게시판에 야생화 도록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알 수 없는 학명이나 일본 이름으로 가득 찬 식물도감 대신 회원들이 직접 발로 뛰고 절벽에 엎드려 얻어낸 사진들로 ‘우리꽃 도록’을 만들자는 얘기였다. 멸종위기 식물들의 생생한 사진들을 기록하자는 의견도, 동호회 10여 년의 내공을 담아낼 때가 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미 수준급에 오른 사진 실력들, 야생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혼자라면 할 수 없지만 수준급의 아마추어 야생화 사진작가들이 모인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720여 종 2000여 장이 출품됐다. 이들 중 선정위원이 지역별로 나뉘어 책에 실릴 사진을 골랐다. 그러고는 핀(초점)이 나간 사진이나 화질이 좋지 않은 사진들을 배제하고 의미 있는 사진들을 선택해 편집에 들어갔다.

동호회가 만들어낸 도록은 여느 전문가들의 식물도감 못지않았다. 야사모 회원인 서울대 김원찬(68·전기공학) 명예교수는 “야사모의 야생화 도록 출판은 전국 각지의 아마추어 애호가들이 적시에 야생화를 찾고 사진으로 찍은 뒤 객관적인 눈높이에 맞는 사진을 골라 설명까지 덧붙인 이른바 집단 지식작업”이라며 “개인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많은 이들의 머리와 힘을 모아 해낸 모범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암매 등 멸종위기종 지키고 싶어
야사모 회원들의 바람은 딱 한 가지. 예쁜 꽃을 오래도록 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사모에는 ‘자생지 정보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도록을 만들 때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회원이 너무 많다 보니 그중엔 야생화를 함부로 채취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정주홍씨는 “서울 강동구에 경북 청송군 주왕산에서만 사는 둥근잎꿩의비름이 무더기로 심어져 있다”며 “ 야생화를 무단으로 채취해 옮겨 심는 바람에 자생지에서 더 이상 꽃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적잖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덕희씨도 “화려하기로 유명한 얼레지는 보통 분홍색인데 드물게 흰 꽃이 있다. 꽃쟁이들이 그것을 찾아 헤매는데 사진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흰 꽃을 찍고 꺾어버리기도 한다”며 “사진보다 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걸을 힘만 있다면 언제까지고 꽃 사진을 찍으러 다니겠다는 이들의 다음 꿈은 암매나 단양 쑥부쟁이 등 멸종위기 식물들을 널리 알리고 지키는 것이다. “아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안타까워하는 게 전부인데…. 이 또한 함께 머리를 맞대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도록을 만들며 집단 지식작업의 힘을 몸소 체험한 회원들의 눈이 또다시 빛나고 있다.
채윤경 기자
댓글목록
설용화님의 댓글

우욱 대단합니다!
검색해 보니 여기에...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287/10112287.html?ctg=
김동재님의 댓글

아침 중앙일보에서 야사모기사를 보았습니다
십여년 만의 열정~~!! 정말 대단하시고~~~수고하셨습니다~
알리움님의 댓글

제가 사진을 내어 달라고 할땐 가만히 계시더니...ㅎㅎ
고맙습니다. 조충래님..
봄날 함백산에서의 휴식이 생각났습니다
조충래님의 댓글의 댓글

드릴만한 사진이 없었습니다 흑흑
요즘 멍청하게 시간 보내느라 도록 주문도 못 했습니다,
언제 2차 주문이 시작될런지 1년이라도 기다리지요.
도록 만드시느라 고생하신 선배님들 귀한 사진 제공해주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영감님의 댓글

모처럼 조충래님께서 좋은 소식 주셔서 감사 합니다^^
내년에는 자주 뵙기를 ......
송원장님의 댓글

저도 이 기사보고
가입했네여 ㅎㅎㅎ^^
지강님의 댓글의 댓글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들국화님의 댓글

야사모 중앙일보 기사 참 잘나왔네요., ^^
인터뷰에 응하느라 눈 오는날 고생하신 알리움님 킹스밸리님 흰구름님 참 수고하셨습니다.
지강님의 댓글의 댓글

이 기사의 탄생에 어느분이 역할을 하셨나 했더니 역시 , 그러셨네요.
야사모의 보배들 이십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산맨님의 댓글

내 완전 도사됐넸...ㅋㅋㅋ...
히어리님의 댓글

중앙일보의 사진.. 작게 나왔어도 산맨님,재경님,통통배님,들국화님... 알아보겠네요~~ *^^* 참 좋습니다.
너마지기님의 댓글

잘 퍼 오셨습니다 ...ㅎㅎ
정모 참석하던날 자리도 한자리 비어서
함께 하지 못한 맘 마니 아쉬웠습니다.
가야금님의 댓글

와 정말 야사모가 자랑스럽습니다.
활짝님의 댓글

야사모를 만나게된것은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 작은 생명의 몸부림을 꼭 껴안아 주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에르바님의 댓글

사진 욕심...
산들바람꽃님의 댓글

모든 회원님들의 열정이 빛을 발했습니다~
지강님의 댓글

기사를 편안하게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창원님의 댓글

주변님들께서도 야사모 기사보았다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현행주화님의 댓글

저도 이 기사 보고서 오늘 회원 가입하였습니다.
예전에 야생화 책자를 사서 보았지만 아직 잘 모릅니다.
조금씩 배워 나갈려고 합니다...
수달님의 댓글

어쩌다 제 사진이 젤루 크게 실렸버렸내요
가문의 영광으로 기리 기리 간직 하겠습니다
마농님의 댓글

꽃을 향한 열정이 일구어낸 큰 수확이네요.
야사모에 박수를 보냅니다. *****
운담님의 댓글

조충래님 감사합니다
가림님의 댓글

정말 자랑스럽고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