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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머금은 냇물

작성일 05-07-02 01:29 | 450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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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 머금은 냇물 * 멀리 남쪽능선 솔숲을 뚫고 가늘게 비켜드는 햇살이 기어코 냇물 닿기에 성공했습니다. 더 멀리 1억5천만 킬로미터를 8분20초 동안이나 달려온 햇살이 해맑은 목적지에 닿는 기적적인 순간에 나는 기꺼운 동참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골짜기 시냇가의 아침이었습니다. 하지만 냇물은 냉랭한 만큼이나 도도했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꿈에라도 그리웠을지언정 먼 우주공간을 쉼 없이 달려온 햇살인들 반갑지 않은 척 자꾸 튀겨내기를 마다치 않았습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서운타거나 싫은 기색 없이 자꾸만 달려드는 햇살, 덕분에 각도가 아닌 주변의 돌들도 굴곡진 수면에 난 반사되는 참한 광선의 방문을 받아들여 우주와의 공동체를 이루고있습니다. 일부는 내 눈 안으로까지 뛰어들어 아득히 먼 세상의 생생한 소식에 차라리 눈부시게 만듭니다. 문득 실눈을 조금 아래로 내렸더니 아하! 거기 아래 손바닥만큼 작은 소에서 마음껏 녹아들고 있었습니다. 햇살을 가득히 머금은 시내의 맹물은 물방울이 되었습니다. 원 없이 받아들이고 녹아든 그리움과 사랑이 물방울로 정작 환생했음에 영락없는 순백색 부운(浮雲)을 닮았습니다. 바위 결에 한번 부딪치면 소스라치듯 힘차게 솟구쳐 오르기도 합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흰빛 물방울은 산소를 하나가득 품은 소우주, 하지만 눈앞에서 아쉬워할 틈도 없이 삽시간에 사라지고 맙니다. 이처럼 빅뱅이론이 저변부터 부정당해도 할말 없는 명멸의 순간을 바라보자니 합환(合歡)으로 만들어진 백운을 닮은 물방울 즉 내 우주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이젠 알겠으나, 어디로 가는가는 나는 아직 모릅니다. 거품아! 너는 아시는지요?

댓글목록 6

  그렇습니다. 이 사진은 학이에겐 제법 기념비 적인 것입니다. 타래를 풀지 못해 안타까워 하고있던 인식론의 순탄한 발단을 얻게된 동기였으니까요. 그럴지언정 우린 명징한 저 참자연의 정경에 흠씬 흠취하면 그것으로 족하지 싶습니다. 그쵸?
  글 쓰시는 분들은 참 다른 구조를 가졌나봅니다. 그저 아! 멋지다.하고 보아 넘길 풍경도 이렇게 풀어내주시니요. 가끔 올려주시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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