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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개망초

작성일 05-12-08 09:01 | 452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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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예쁘지 않던 개망초가 다른 꽃들이 다 지고 나니 모진 생명력을 뽑냅니다. 이 땅에 들어와 백년만에 모두 점령해버린 개망초-그래도 아쉬울땐 꽃으로 보입니다. 개망초 누가 심지 않아도 아무데나 피는 꽃 어릴 때 화단가에 심지도 않은 과꽃이 났다고 좋아했더니 멀쑥하게 키만 자라 초라한 풀꽃 한 송이 지금 와서 알고 보니 개망초였습니다. 논둑에도 밭둑에도 산기슭 풀 더미 속에서도 지천으로 피는 꽃 이름만큼이나 천하디 천한 개망초였습니다. 폐가가 된 고향집 앞뜰에도 무너져 내린 장독간에도 뒤꼍 돌아가는 길목에도 정든 고향집 떠나 오며 뒤돌아 보았을 때 쓰러져 가는 사립문 사이로 손흔드시는 어머님의 등 뒤로 지붕 위 깨어진 기왓장 사이에도 피어있는 것도 개망초였습니다. 안개 같이 빛 바랜 개망초였습니다. 눈물 같이 희미한 개망초였습니다. 삭막한 도회 가로수 밑에도 갈라진 축대 틈새에도 틈만 있으면 피어나는 개망초가 주택가 공터에도 버려진 논밭에도 흐드러지게 피어 환상 속에 안개 같은 초원이 되어 그리움 속에 안개 같은 꿈이 되어 눈물 같은 안개 속 추억이 되어 안개 같은 허망한 꿈으로 바람에 불려 떠 다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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