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0]삼악산님께 답장
작성일 03-04-04 12:21
조회 1,077
댓글 12
본문
삼악산님께서 올리신 한계령의 사진 잘 보았습니다.
저는 이번 시집에 표지로 들어간 사진을 올립니다.
사실 이 사진은 지난번 6시 내고향 촬영때 통제구역을 들어가서 찍은 것입니다. 뭐 그렇다고 항시통제하는 구역이 아닌 폭설주의보 때문에 임시 통제를 하던 등산로를 들어 갔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계령을 들리시는 분들이 보기엔 낯 선 풍경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래서 일 것입니다.
인터넷에는 최근 잘 공개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번엔 그 방송분의 원고를 그대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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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에서Ⅰ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메일지.
삼만육천오백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메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한계령-양희은]
저는 이번 시집에 표지로 들어간 사진을 올립니다.
사실 이 사진은 지난번 6시 내고향 촬영때 통제구역을 들어가서 찍은 것입니다. 뭐 그렇다고 항시통제하는 구역이 아닌 폭설주의보 때문에 임시 통제를 하던 등산로를 들어 갔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계령을 들리시는 분들이 보기엔 낯 선 풍경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래서 일 것입니다.
인터넷에는 최근 잘 공개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번엔 그 방송분의 원고를 그대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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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에서Ⅰ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메일지.
삼만육천오백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메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한계령-양희은]
댓글목록 12
설악가를 아시는 분은
설악가도 한번 올려주실래요?
옛날 산친구들이랑 부르던 약간은 쓸쓸하던 그 노래가
오늘 이 그림때문에 더 간절히 생각나네요, 그 친구들도,,
그 친구들과 밤새워 마시던 술도......
설악가도 한번 올려주실래요?
옛날 산친구들이랑 부르던 약간은 쓸쓸하던 그 노래가
오늘 이 그림때문에 더 간절히 생각나네요, 그 친구들도,,
그 친구들과 밤새워 마시던 술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두분 부럽습니다...항상 받기만하고 가네요...뭐든지 줄때가 행복한 법인데 말입니다. 고마워요!!
제작년가을 한계령에 갔다가, 우리 내년에 또 오자~ 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
한계령!
언제 봐도 항상 그 비슷한 느낌.
세월이 이렇게 훌쩍 흘러 변하였지만 늘 그 계절에 따라 느끼는 감정은 같습니다.
겨울 설경 사진들 모두 여기에 올려드리지요^^
언제 봐도 항상 그 비슷한 느낌.
세월이 이렇게 훌쩍 흘러 변하였지만 늘 그 계절에 따라 느끼는 감정은 같습니다.
겨울 설경 사진들 모두 여기에 올려드리지요^^
초이스님 감사해요......
좋은 곳에 계시는 군요.
항상 산과 함게하면 늙지않겠어요.
지는 이제 담배연기로부터 해방되어 기쁩니다.
항상 산과 함게하면 늙지않겠어요.
지는 이제 담배연기로부터 해방되어 기쁩니다.
천상 한계령으로 말머리를 돌려야겠군요
정말 멋진 풍경이군요. 음악 올립니다.
누가 양희은님에 한계령좀 올려주세요(노래 제목이 맞나 모르것네.)
두분이서 주거니 받거니...정겨운 모습..너무 너무 보기가 좋습니다..
아름다븐 우리의 산하^.^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