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테강에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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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과 저승 사이에 레테강이 흐르고 있다지. 그 강물을 마시면 이승에 있었던 모든 일을 잊는다던데.
물안개에 휩싸인 남한강에서 나는 레테를 만나고 말았다.
아련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흡사 저승으로 건너가는 망각의 강 같다.
혹한의 기온과 충분한 습도, 맑은 날씨, 게다가 바람이 없어야만 핀다는 강가의 상고대.
잠시 피었다 햇볕에 스러지는 그 꽃 또한 이승의 것이 아닌 듯하다.
심야를 달려 충주에 닿은 시각이 새벽 여섯시.
짙은 안개와 미끄러운 눈길, 가로수마다 하얗게 얼어붙은 서리꽃은 환타스틱했다.
꿈과 현실 사이, 이승과 저승 사이... 서리꽃이 질 때까지 그 '사이'를 헤맸다.
사진을 잘 버리는 내가, 정말 버리기 어려운 사진이 많았다, 이번엔.
여러 장의 사진을 한꺼번에 보는 것보다 한 장의 사진이라도 오래 바라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무엇이든 아름답고 완전한 것, 가장 귀하고 값진 것은 현실 속에 있지 않다.
그것이 우리가 환상에 매달리는 중요한 이유일테니까. <이문열 '레테의 연가' 중에서>
댓글목록
물안개아재님의 댓글

수고했심더? ㅎㅎ 십년묵은산삼보다 더큰보약을 드시고 오셨습니다.
덕분에 즐감하고 즐거운시간되었습니다.
꼬레아님의 댓글

밤사이 소리없이 피어난 레테강의 설화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로 환생하는 그 섬
감동과 환희로 물들인 그 강가
충주호를 거닐고 있네요. ^^
즐감합니다.
가림님의 댓글

무엇이든 아름답고 완전한 것, 가장 귀하고 값진 것은 현실 속에 있지 않다.
그것이 우리가 환상에 매달리는 중요한 이유일테니까.
이문열의 레테의 연가를 두번 읽었지요
레테...망각의 강...
상고대...서리꽃... 아름다운 단어들입니다
하고지비님의 댓글

상고대,서리꽃..
지우당이화님의 열정에도 녹았을듯^^
킹스밸리님의 댓글

아련히 물안개 피어 오르는 저 강을 건너면서 저 물 한모금 하면, 이승에서의 모든 것을 망각하게 된다는 바로 그 강이로군요!
흰구름님의 댓글

잠시 피었다가 햇볕에 스러지는
그꽃 또한 이승것이 아닌듯... 확 와닿네요^^
저도 정말 다시는 못 만날것 같은 꿈속여행을 다녀온듯 합니다.
들꽃아재님의 댓글

아 가슴 저 밑 바닥부터 저려 오는듯한 그런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호수님의 댓글

상고대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저승의 천국의 있다면
이 처럼 아름답지 않을까
전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박다리님의 댓글

?....... 지우당님~!........ 예사롭지 않은 글솜씨에 한참을 봅니다.
망각의 강...... 저도 볼때마다 느끼고도 표현이 서툴렀는데 이렇게 글로 남겨 주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