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시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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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물
안도현
봄비 한두 차례 마당 두드리고 가면
두런두런 풀이 돋는데
가만 놔두면 겁도 없이 자랄 것들
빗소리 마르기 전에 서둘러 뽑아내기로 마음먹고
호미를 들었다
냉이 뽑아내고 나면 씀바귀 돋고
씀바귀 뽑아내고 나면 질경이 돋는 마당 한쪽에
쪼그려 앉아 풀을 뽑다가 보면
저만큼 저 앞에서 또 개망초 돋고
내가 잠깐 돌아앉은 사이에도
또 토끼풀 돋는다
햐,
여기저기 이놈들은 대체 무슨 일로
이렇게 바쁘게 머리를 내미는 것일까
생각하면서
호미 끝으로 자꾸 콕콕 쪼아대는데,
풀들도 서운한 게 있었겠지 아마
뽑힌 풀들이 시들어 누운 뒤에도
내 손톱 끝에 든 풀물이 빠지지 않았다
옆으로 나자빠지기 전에
손을 어떻게든 잡고 매달려 보려 했던 것이다
눈감고 시인의 풍경을 그려보니
야사모 회원의 모두의 모습 같이 그려집니다
냉이 뽑고 나면 씀바귀 돋고
개망초 돋고,토끼풀 돋고
그런 언어들이 신선한 느낌으로 와 닿습니다
자연은 신비로울 뿐 입니다
작고 하찮게 보여질지라도...
댓글목록
찬비님의 댓글

좋은 글...잘 읽었습니다.....^^
들국화님의 댓글
들국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봄날 밖에 나가 서 있는 우리 회원님들 모습이군요. ^.^
권순남님의 댓글

야사모 회원들에 모습과도 같다는 말씀 ...동감입니다..^*^
무지개님의 댓글

도란 도란 얘기 하듯이 풀어 내려간 시인의 재치가 돋보입니다.우리 일상사에 흔히 보여지는 소재가 너무 정겹구요 확실히 시인은 언어의 마법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