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자유게시판

요강에 밥해묵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松 竹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댓글 16건 조회 1,898회 작성일 03-01-14 09:46

본문

한번도 쓰지 않은 스테인레스 요강이 하나 있다. 아내가 시집올 때 가져온 것이라 버리기도 뭐해서 그냥 두었는데, 집안에 화장실이 들어온 뒤로는 더욱 그 쓸모가 없어졌다. 동글동글 모양도 예쁘고 뚜껑도 잘 맞는 요강을 어디에 쓸까 궁리하던 차에, 아주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찌그러지고 오그라져서 이름 붙이기도 민망한 코펠 대신 쓰면 안성맞춤 아니겠는가. 뚜껑도 잘 맞고 스테인레스라 쉽게 오그라들지도 않을 것이며 사놓고 한번도 안썼으니 위생상태도 양호하다. 단 그것이 예전에 요강이었다는 것만 머릿속에서 지우면 된다. 이 얼마나 기발한 발상인가.      의기양양해진 이 사람, 아내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코펠대신 요강에 밥을 해먹으면 어떻겠냐고. 아내는 기겁하며 손사래를 친다. 아무리 한번도 안 쓴 것이지만 요강은 요강이라는 것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족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이 사람. 이번에는 친구들을 찾아간다. 친구들중에는 교수도 있고 시인도 있고 스님도 있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하고는 뭔가 다르지 않겠는가. 이번 산행 때 코펠대신 스테인레스 요강을 써보자고 하자. 설레는 마음으로 스테인레스 요강을 배낭에 챙겼다. 그리고 요강뚜껑에 있는 "스테인레스 요강"스티커를 떼고 "스테인레스 코펠"이라고 써서 붙였다. 이 사람은 과연 친구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을까. 이윤기씨의 짧은 소설 <외길보기 두길보기>에 그 답이 있다. 깨끗한 요강에 지은 밥은 못 먹지만 꼬질꼬질 때묻은 코펠에 지은 밥은 먹을 수 있다. 처음부터 요강이었고 처음부터 코펠이었던 것은 아닌데 지금와서 그 둘을 바꾼다는 건 천지가 개벽할 일이다. 요강의 밥과 코펠의 밥. 세상 모든 일이 마음의 문제다

댓글목록

참샘님의 댓글

no_profile 참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깨끗한 요강에서 지은밥은 먹을수 없지만, 구질구질한 코펠에서 지은밥은 먹을수 있다라는 말이 주는 의미를 한참 생각하였습니다..좋은글 감사합니다..

김종찬님의 댓글

no_profile 김종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송죽님! 반갑습니다.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한 번 뵙지도 못하고...... 조만간 한 번 뵐 수 있는 날이 있길 기대합니다. 사실 송죽님의 글을 우리 홈피(chn.or.kr)에 많이 올려 미안하기도 하구요.

알카포카님의 댓글

no_profile 알카포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속) 그 친구 생각에 아마 예전에 한국사람들이 애지중지하던 골동품으로 생각하고..궁리끝에 결정한 용도라고 하더군요...테이블위 가운데 으젓하게 자리한 요강(?)....생각만 해도..이렇게 선입견이란 고치기가 어려운가 봅니다...해서  그놈의 진짜 용도를  말하지 않았다더군요....

알카포카님의 댓글

no_profile 알카포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럽여행길에 외국친구집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그 외국인 집에서 요강을 보았습니다..아니 그런데 그 친구는 그 놈의 용도를 전혀 모르고 있었죠. 그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느냐 하면은...맛있는 과자랑, 사탕, 비스켓등 군것질 거리를 넣어서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 안에든 과자를 꺼내서 권하는데....그 맛이 영~~~...그친구왈  한국 여행중에 인사동인가에서 골동품을 하나 샀는데..하필이면 요강을 샀어요..

이원정님의 댓글

no_profile 이원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이프도 거기서 만든 밥은 못 먹는답니다..그러나 몰래 요강으로 밥을 짓고 사기그릇에 잘 담아 놓으면 잘 먹지 않을까요???서양사람들은 새로 개발된 밥솟인줄로 알고 더 맛있게 먹을 것 같습니다...아는 것이 병입니다.

이동우님의 댓글

no_profile 이동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릇은 그릇일 뿐 사용 용도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것 아닌가요? 사용한 것도 씻어 사용하면 밥통이 되겠지유... 배부른 사람은 생각이 다르겠지만^^

이슬초님의 댓글

no_profile 이슬초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송죽님.지는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송주기님 이름만 눈에 들어오네예..무진장 반갑심더. 우째 바쁘신일은 끝나셨나요..좋은 소식주세염...~~

가은님의 댓글

no_profile 가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마 교수만 반대 했을 거고 끝까지 이해를 하지 않았을것 같다!! 시님이야 머 통과일테고 시인은 이러저러 미사여구로 빠져 나가려 다가 제덫에 걸렸을 것이고...자주 안 보이시네요 건강 하십시요!!

쿨님의 댓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아~햐~...이번주 토욜 인사동이나 가 볼꺄~? 오강사로~!^...전마리지요 오강의 입구를 왜저리 작기 만들었을까 궁금해 하던 시절도 있었슴미다~^...또하나 지금도 궁금해 하는기 있는데...십이간지를 쓰는 나라는 동방뿐인데 와 양력정초부터 계미년이니 하는지?...이기 또 헷갈림미다~...竹님~ 진짜계미년 새해복 마니 받으실 준비 하시~이~쇼~!^

 Total 4,669건 208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제목
no_profile HOY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3
no_profile 꽃님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5
들꽃역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346
들꽃역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992
삼악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166
삼악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428
no_profile 차동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9
no_profile 초이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6
no_profile 이재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5
松 竹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899
no_profile 화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0
no_profile 찬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3
no_profile 뜬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1
삼악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784
손경식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505
no_profile 이재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5
no_profile 류성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3
no_profile 최인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4
no_profile 차동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8
no_profile 김남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