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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엎드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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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류성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541회 작성일 03-03-0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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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진 : 애기노루귀 >아래사진 : 현호색 > > > 애지중지하는 마킨스 볼헤드 퀵슈에 프레이트 조이는 손잡이가 >없어진 걸 발견한 것은 지난 금요일 밤이었다. >내일부턴 비록 당직이지만 황금연휴를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오고 >삼각대없이 사진을 찍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다 미어질 지경이었다. > > 토요일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침까지 비가 내리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 비야 내려라 끝없이 내려서 이번 연휴 >내내 내려라. 사진을 못 찍는 게 삼각대 때문이 아니라 비 때문이라면 >내 속이 조금은 덜 상하지 않겠나 싶었다. > > 그러나, 오후부터 개기 시작하던 비는 일요일 아침에는 완전히 개어서 >햇살은 비에 젖은 대지를 감미롭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오늘 가기로 약속한 장유계곡의 노루귀, 현호색, 얼레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 > 하지만, 삼각대없는 산행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아침 일찍 회진을 끝내고 문방구, 구멍가게 등을 둘러 보았으나 >문을 연 곳도 별로 없거니와, 옛날 빤츄 고무줄을 파는 데가 없었다. >고무줄을 손잡이가 빠져 나간 퀵슈 연결 막대에 칭칭 감고 돌리면 >혹시 조여지지 않을까해서 였는데 그나마 파는 곳이 없었던 것이다. > > 철물점에 들러 자전거 타이어를 잘라 낸 고무와 펜치를 사서 막대에 >고무를 대고 돌려 보았으나 끄떡도 않는다.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쓸어 안고 장유계곡으로 차를 몰았다. >약속 시간에 도착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속이 탔지만 산림감시원이 보고 있던 터라 담배도 피울 수도 없고 >30분 이상을 지각한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진 찍기를 반쯤은 >포기했던 참이었다. > > 야개연 정모에 참석했던 명월이 수월에서 성원님과 함께 기하님 차를 >타고 같이 왔다. 엊그제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 졌던 터라 무척 >반가왔다. > > 등산로가 아닌 절로 가는 포장도로를 따라 얼마가지 않았는데, >기하님이 일행을 제지했다. 우리의 꽃밭은 거의 동북사면이고 >아주 조고만 계곡을 끼고 있는 활엽수 낙엽이 잔뜩 쌓여 있는 >전형적인 야생화 텃밭이었다. > > 맨 처음 기하님이 발견한 쪼고만 새끼노루귀는 짙은 주홍색으로 >너무도 앙증맞게 우리를 맞이한다. >주변은 온통 노루귀 천지였다. 노루귀는 이제 대부분이 80% 이상 >피어있는 상태였고, 사이사이에 보이는 얼레지 싹의 그 싱싱함에 >우리 모두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 > 현호색 역시 같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너무도 촘촘히 있어서 >흔한게 현호색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현호색과 >얼레지는 아직 꽃이 필 생각도 안하는 상태여서 약간은 서운하였다. > > 난 무심코 200mm를 꺼내 교환을 하고 파인더를 들여다 보니 >도저히 찍을 수가 없었다. >나도 흔들리고 노루귀도 흔들려서 눈물을 머금고 할수없이 60mm로 >교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 그러나 60mm는 역시 한계가 있었다. 조리개를 아무리 열어도 배경을 >지우지 못하고 꽃 뒤편에서 반짝거리는 나뭇잎이 그대로 나와 여간 >짜증이 나는 게 아니었다. >약간만 어두워도 멋지게 배경을 뭉갤 수 있는 200mm 생각에 화가 나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 > 최대한 몸을 땅에 밀착시키고 양 팔꿈치로 고정을 하고 보니 >그런대로 안 흘들리고 사진은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순간 향긋한 풀내음이 엎드리지 않았을 때와는 또 다르게 >진하게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바닥에 밀착된 몸은 아직은 젖어 있는 대지와 프렌치 키스를 하고 >땅바닥의 감촉은 어떤 아름다운 여인의 나신보다도 감미로왔다. > > 나는 신은 참 공평하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었다. >잃는 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게 있다고 누가 그랬던가? >대지의 달콤한 냄새와 감미로운 촉감은 삼각대가 없는 상실의 아픔 쯤은 >허공으로 날려보내고도 남았던 것이다. >팔꿈치와 배와 다리는 젖은 대지와 입맞춤하느라 흙에 젖었지만 >나는 아직도 그 부드러운 대지의 감촉을 반추하고 있다. > > 눈 밝은 기하님이 마침내 현호색에 꽃핀 넘을 찾아 내고, >성원님은 현호색이며 꿀밤, 윤판나물, 나리, >투구꽃 등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 > 풀잎 향기는 코를 마비시키고, 역광으로 빛나는 노루귀 줄기의 >가는 털은 내 눈을 마비시키고, 젖은 땅의 감촉은 내 몸을 >마비시켰다. > > 혹시 있을 지도 모를 깽깽이를 찾으러 진례로 가기 위해 우리들은 >아쉬운 마음을 서둘러 하산을 하였고, 나는 사진은 안 나와도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오늘의 땅의 감촉은 기막힌 그 무엇이 있었던 >것이었다. > > 야사모 벗님들, 땅에 엎드려 보세요. > 그러면 또 다른 세상을 만끽할 껍니다.

댓글목록

아가다래(권순남)님의 댓글

no_profile 아가다래(권순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푸~~~하하하~~~^**^;;지 아페서는 이포~즈를 절때~루 잡지 마셔유~~
검지 두형제가 가만있질 안을끼구만유~~~크크크크~튀자~~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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