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엎드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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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진 : 애기노루귀
>아래사진 : 현호색
>
>
> 애지중지하는 마킨스 볼헤드 퀵슈에 프레이트 조이는 손잡이가
>없어진 걸 발견한 것은 지난 금요일 밤이었다.
>내일부턴 비록 당직이지만 황금연휴를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오고
>삼각대없이 사진을 찍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다 미어질 지경이었다.
>
> 토요일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침까지 비가 내리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 비야 내려라 끝없이 내려서 이번 연휴
>내내 내려라. 사진을 못 찍는 게 삼각대 때문이 아니라 비 때문이라면
>내 속이 조금은 덜 상하지 않겠나 싶었다.
>
> 그러나, 오후부터 개기 시작하던 비는 일요일 아침에는 완전히 개어서
>햇살은 비에 젖은 대지를 감미롭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오늘 가기로 약속한 장유계곡의 노루귀, 현호색, 얼레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
> 하지만, 삼각대없는 산행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아침 일찍 회진을 끝내고 문방구, 구멍가게 등을 둘러 보았으나
>문을 연 곳도 별로 없거니와, 옛날 빤츄 고무줄을 파는 데가 없었다.
>고무줄을 손잡이가 빠져 나간 퀵슈 연결 막대에 칭칭 감고 돌리면
>혹시 조여지지 않을까해서 였는데 그나마 파는 곳이 없었던 것이다.
>
> 철물점에 들러 자전거 타이어를 잘라 낸 고무와 펜치를 사서 막대에
>고무를 대고 돌려 보았으나 끄떡도 않는다.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쓸어 안고 장유계곡으로 차를 몰았다.
>약속 시간에 도착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속이 탔지만 산림감시원이 보고 있던 터라 담배도 피울 수도 없고
>30분 이상을 지각한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진 찍기를 반쯤은
>포기했던 참이었다.
>
> 야개연 정모에 참석했던 명월이 수월에서 성원님과 함께 기하님 차를
>타고 같이 왔다. 엊그제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 졌던 터라 무척
>반가왔다.
>
> 등산로가 아닌 절로 가는 포장도로를 따라 얼마가지 않았는데,
>기하님이 일행을 제지했다. 우리의 꽃밭은 거의 동북사면이고
>아주 조고만 계곡을 끼고 있는 활엽수 낙엽이 잔뜩 쌓여 있는
>전형적인 야생화 텃밭이었다.
>
> 맨 처음 기하님이 발견한 쪼고만 새끼노루귀는 짙은 주홍색으로
>너무도 앙증맞게 우리를 맞이한다.
>주변은 온통 노루귀 천지였다. 노루귀는 이제 대부분이 80% 이상
>피어있는 상태였고, 사이사이에 보이는 얼레지 싹의 그 싱싱함에
>우리 모두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
> 현호색 역시 같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너무도 촘촘히 있어서
>흔한게 현호색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현호색과
>얼레지는 아직 꽃이 필 생각도 안하는 상태여서 약간은 서운하였다.
>
> 난 무심코 200mm를 꺼내 교환을 하고 파인더를 들여다 보니
>도저히 찍을 수가 없었다.
>나도 흔들리고 노루귀도 흔들려서 눈물을 머금고 할수없이 60mm로
>교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 그러나 60mm는 역시 한계가 있었다. 조리개를 아무리 열어도 배경을
>지우지 못하고 꽃 뒤편에서 반짝거리는 나뭇잎이 그대로 나와 여간
>짜증이 나는 게 아니었다.
>약간만 어두워도 멋지게 배경을 뭉갤 수 있는 200mm 생각에 화가 나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
> 최대한 몸을 땅에 밀착시키고 양 팔꿈치로 고정을 하고 보니
>그런대로 안 흘들리고 사진은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순간 향긋한 풀내음이 엎드리지 않았을 때와는 또 다르게
>진하게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바닥에 밀착된 몸은 아직은 젖어 있는 대지와 프렌치 키스를 하고
>땅바닥의 감촉은 어떤 아름다운 여인의 나신보다도 감미로왔다.
>
> 나는 신은 참 공평하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었다.
>잃는 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게 있다고 누가 그랬던가?
>대지의 달콤한 냄새와 감미로운 촉감은 삼각대가 없는 상실의 아픔 쯤은
>허공으로 날려보내고도 남았던 것이다.
>팔꿈치와 배와 다리는 젖은 대지와 입맞춤하느라 흙에 젖었지만
>나는 아직도 그 부드러운 대지의 감촉을 반추하고 있다.
>
> 눈 밝은 기하님이 마침내 현호색에 꽃핀 넘을 찾아 내고,
>성원님은 현호색이며 꿀밤, 윤판나물, 나리,
>투구꽃 등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
> 풀잎 향기는 코를 마비시키고, 역광으로 빛나는 노루귀 줄기의
>가는 털은 내 눈을 마비시키고, 젖은 땅의 감촉은 내 몸을
>마비시켰다.
>
> 혹시 있을 지도 모를 깽깽이를 찾으러 진례로 가기 위해 우리들은
>아쉬운 마음을 서둘러 하산을 하였고, 나는 사진은 안 나와도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오늘의 땅의 감촉은 기막힌 그 무엇이 있었던
>것이었다.
>
> 야사모 벗님들, 땅에 엎드려 보세요.
> 그러면 또 다른 세상을 만끽할 껍니다.
댓글목록
류성원님의 댓글

확대를 하면 망사팬티 자국이 선명하더군요.^^
이진용님의 댓글
이진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어! 팬티 무늬는 어디갔지!
아가다래(권순남)님의 댓글

푸~~~하하하~~~^**^;;지 아페서는 이포~즈를 절때~루 잡지 마셔유~~
검지 두형제가 가만있질 안을끼구만유~~~크크크크~튀자~~앙.
류성원님의 댓글

한송이 꽃을 찾기위해 허리를 숙이다 못해 옆드려 보았습니다.
누구의 엉덩이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