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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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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뜬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3건 조회 2,609회 작성일 03-03-03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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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진 : 애기노루귀 아래사진 : 현호색 애지중지하는 마킨스 볼헤드 퀵슈에 프레이트 조이는 손잡이가 없어진 걸 발견한 것은 지난 금요일 밤이었다. 내일부턴 비록 당직이지만 황금연휴를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오고 삼각대없이 사진을 찍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다 미어질 지경이었다. 토요일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침까지 비가 내리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 비야 내려라 끝없이 내려서 이번 연휴 내내 내려라. 사진을 못 찍는 게 삼각대 때문이 아니라 비 때문이라면 내 속이 조금은 덜 상하지 않겠나 싶었다. 그러나, 오후부터 개기 시작하던 비는 일요일 아침에는 완전히 개어서 햇살은 비에 젖은 대지를 감미롭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오늘 가기로 약속한 장유계곡의 노루귀, 현호색, 얼레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삼각대없는 산행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아침 일찍 회진을 끝내고 문방구, 구멍가게 등을 둘러 보았으나 문을 연 곳도 별로 없거니와, 옛날 빤츄 고무줄을 파는 데가 없었다. 고무줄을 손잡이가 빠져 나간 퀵슈 연결 막대에 칭칭 감고 돌리면 혹시 조여지지 않을까해서 였는데 그나마 파는 곳이 없었던 것이다. 철물점에 들러 자전거 타이어를 잘라 낸 고무와 펜치를 사서 막대에 고무를 대고 돌려 보았으나 끄떡도 않는다.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쓸어 안고 장유계곡으로 차를 몰았다. 약속 시간에 도착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속이 탔지만 산림감시원이 보고 있던 터라 담배도 피울 수도 없고 30분 이상을 지각한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진 찍기를 반쯤은 포기했던 참이었다. 야개연 정모에 참석했던 명월이 수월에서 성원님과 함께 기하님 차를 타고 같이 왔다. 엊그제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 졌던 터라 무척 반가왔다. 등산로가 아닌 절로 가는 포장도로를 따라 얼마가지 않았는데, 기하님이 일행을 제지했다. 우리의 꽃밭은 거의 동북사면이고 아주 조고만 계곡을 끼고 있는 활엽수 낙엽이 잔뜩 쌓여 있는 전형적인 야생화 텃밭이었다. 맨 처음 기하님이 발견한 쪼고만 새끼노루귀는 짙은 주홍색으로 너무도 앙증맞게 우리를 맞이한다. 주변은 온통 노루귀 천지였다. 노루귀는 이제 대부분이 80% 이상 피어있는 상태였고, 사이사이에 보이는 얼레지 싹의 그 싱싱함에 우리 모두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현호색 역시 같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너무도 촘촘히 있어서 흔한게 현호색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현호색과 얼레지는 아직 꽃이 필 생각도 안하는 상태여서 약간은 서운하였다. 난 무심코 200mm를 꺼내 교환을 하고 파인더를 들여다 보니 도저히 찍을 수가 없었다. 나도 흔들리고 노루귀도 흔들려서 눈물을 머금고 할수없이 60mm로 교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60mm는 역시 한계가 있었다. 조리개를 아무리 열어도 배경을 지우지 못하고 꽃 뒤편에서 반짝거리는 나뭇잎이 그대로 나와 여간 짜증이 나는 게 아니었다. 약간만 어두워도 멋지게 배경을 뭉갤 수 있는 200mm 생각에 화가 나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최대한 몸을 땅에 밀착시키고 양 팔꿈치로 고정을 하고 보니 그런대로 안 흘들리고 사진은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순간 향긋한 풀내음이 엎드리지 않았을 때와는 또 다르게 진하게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바닥에 밀착된 몸은 아직은 젖어 있는 대지와 프렌치 키스를 하고 땅바닥의 감촉은 어떤 아름다운 여인의 나신보다도 감미로왔다. 나는 신은 참 공평하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었다. 잃는 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게 있다고 누가 그랬던가? 대지의 달콤한 냄새와 감미로운 촉감은 삼각대가 없는 상실의 아픔 쯤은 허공으로 날려보내고도 남았던 것이다. 팔꿈치와 배와 다리는 젖은 대지와 입맞춤하느라 흙에 젖었지만 나는 아직도 그 부드러운 대지의 감촉을 반추하고 있다. 눈 밝은 기하님이 마침내 현호색에 꽃핀 넘을 찾아 내고, 성원님은 현호색이며 꿀밤, 윤판나물, 나리, 투구꽃 등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풀잎 향기는 코를 마비시키고, 역광으로 빛나는 노루귀 줄기의 가는 털은 내 눈을 마비시키고, 젖은 땅의 감촉은 내 몸을 마비시켰다. 혹시 있을 지도 모를 깽깽이를 찾으러 진례로 가기 위해 우리들은 아쉬운 마음을 서둘러 하산을 하였고, 나는 사진은 안 나와도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오늘의 땅의 감촉은 기막힌 그 무엇이 있었던 것이었다. 야사모 벗님들, 땅에 엎드려 보세요. 그러면 또 다른 세상을 만끽할 껍니다.

댓글목록

뜬구름님의 댓글

no_profile 뜬구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이기영님,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는 뽐뿌한 적 없는데요.^^
글치만 말 나온 김에 뽐뿌해야 겠네요. 산유화님을 위해서라도 말예요.
솔직히 필카,디카를 통털어 국산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뿐만 아니라 삼각대, 볼헤드, 케이블릴리즈, 심지어 플레이트까지
모두 외제잖아요? 물론 국산에서 변변한 제품이 나오는 것도 없지요.
글치만 볼헤드 하나만은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 제일입니다.
이건 우리나라 사람만 모르고 외국인들은 다 알아 주지요.
마킨스 마병익 사장, 그분은 저하고 아무 연관도 없지만 그런 분
안 키우 주면 우리나라 사진기자재 사업은 고사할낍니다.
그런데 그런 것 다 떠나서 마킨스 볼헤드는 성능이 세계 최곱니다.
물론 가격대 성능대비로는 어떤 제품도 따라올 수 없지요.
아무리 칭찬을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볼헤드 중에 아마 젤 싸면서 가장 품질이 우수합니다.
꼭 마킨스 구입하셔서 즐촬하시기 바랍니다.

쿨님의 댓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으~앙.....겨우 한사람으로 팬클럽 결성했는데 뜬님한테 가보리몬 난 우에 됨미까~~

글고~...뜬님~ 하늘과 아무나 속하는게 아님미다~^
뜬님의 사진.글 모두... 작품성을 전 무조건 인정하고 있담미다~~

또 글고~...전 경직된 가치는 진정 참 일지라도 시로요~ 유머와 위트 없는 삶은 건조하지요...쿨~^

이진용님의 댓글

이진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노루귀는 색깔이 정말 잘 나왔는데 삼각대가 없어서 조리개를 많이 열고 찍으신것 같습니더. 밑에 현호색은 너무 언더로 나온것 같네예. 지는 사진 건진것 하나도 없습니더. 공부를 더해야 될것 같습니더.

뜬구름님의 댓글

no_profile 뜬구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규희님마저...걍 쿨님한테 남으세요, 쿨님은 규희님뿐이지만 저는 ㅋㅋㅋ
기하님 오늘 마킨스 사장한테 고속택배로 부탁했습니다.
아마 내일 도착한다고 하니 수요일 세미나는 참석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통통배님의 댓글

no_profile 통통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만 캐스퍼에 ET,
아무래도 내 심미안에 문제가 있나 봅니다.
그러니까 뜬님 속상해 마세요.
그런 의미에서 손각대도 가끔 활용하셔보는 것도 바람직 할 듯!
새로운 각도로 사물을 바라보는 신선함.
뜬님의 건재함이 날로 하늘을 찌르다!

뜬구름님의 댓글

no_profile 뜬구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ㅋㅋㅋ 유령 ET라...
좀 심하네요, 흑 이럴수가...
근데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추신
저도 올초에 몸이 무척 안 좋았었는데, 요즘 한 80%
회복이 된 거 같아요. 시간이 약이지 싶네요.
하긴 시간이 흐를수록 몸은 더욱 안 좋아질 수도 있지만요.
통님은 아직은 젊으시니까 더 빨리 회복되실꺼에요.

통통배님의 댓글

no_profile 통통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솔직히 사진품평을 말하라믄
노루귀나 현호색 같지가 않아요.이쁜 유령-ET-같은...
너무 확대해서 나오는 바람에 고유의 느낌을 잃어버린
기가 막히게 멋지다!
그렇지만 어째 선뜻 다가갈 수 없는 이질감!
손각대의 시각에 익숙지 않아서 일까요?

암튼...

결론은 글에 사진이 눌려서 글칭찬 하는라 사진칭창을 할 기회를 놓친...
맞지요?

추신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사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몸이 예전 같이 않다는 말이 정확할 거에요.
얼른 예전의 통통배로 돌아와야 할텐데....

뜬구름님의 댓글

no_profile 뜬구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통님 안녕하세요? 몸은 좀 어떠세요?
글은 그 사람의 인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라서
솔직히 많이 부담스럽지요.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인간이
그런 척하면 역겨워 하실 분이 많을 거 같아서요.

그런데, 우쉬~  손각대로 찍은 사진은 아무도 칭창을 안해주네요. ^^

뜬구름님의 댓글

no_profile 뜬구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구야, 개발새발 쓴 글에 무슨 세개씩이나...
화님 감사합니다요. 지는 만족하는구만요.
근데 티가 뭔지는 궁금하네요.^^

참 마킨스 사장님 성함은 마병익입니다.
이 사람은 정말 기회 있으면  그 성실함과 훌륭함을
따로 글을 쓰 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세계 최고의 기업인데 우리 한국을 빛내주고 있지요.
전세계의 프로 사진가들이 진정 그 실력을 인정해 주지요.
오늘 아침에 통화했지요.^^

삼악산님의 댓글

삼악산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야개모= 야산에서 개기는 사람들의 모임
마킨스 볼헤드 퀵슈=수전증이 심한 사진쟁이들이 사진기 떨림방지를 위해 삼각대 세워놓고 찍을때 카메라와 삼각대를 연결해주는 신발 마킨스란 칭구가 만들었대나 뭐래나
ㅋㅋㅋ
뜬님 마음이 어땠을까나........

덕분에 간만에 낮은 포복두 해보구........
대지와 입맞춤도 해보구.........

그 시간에 지두 복수초랑 놀고 있다가 차샘한테 걸렸쥬
강원도 동해시 모 야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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