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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진 : 복수초 봉오리
아래사진 : 노루귀 봉오리
변산바람꽃 자생지를 내려와 경산으로 향하는 길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는데도 이원정(하늘타리)회장님의
작전으로 빙 둘러 가는 통에 꽤 시간이 걸렸다.
도대체가 어디로 가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했더니
하늘타리님께선 "ㅋㅋ 작전 성공이다." 라고 쾌재를 부르셨지만,
솔직히 작전에 넘어간 나는 속으로 다음에 잘 찾아 갈 수 있을 지
걱정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수정 : 이부분에 대해 여러분들께서 오해를 하시는 것 같아 해명을 드립니다.
사실은 회장님께서 처음에 착각으로 길을 잘못 드셨어요. 그러면서
괜히 웃자고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제 저는 농담이라고
느꼈고, 그것은 나중에 위치 확인을 재삼 해 주셨기에 농담이 확실합니다.
회장님, 으아리님 맞죠?)
가는 도중에 차안에서 애기물매화님과 하늘타리님은 무슨 얘기를
그리 재밌는지 서로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 받으시는데 전부 꽃 아니면
나무 얘기 뿐이다.
너 금강초롱 봤니? 하면,
예 봤어요, 근데요, 태백산에 가면 정말 색이 좋아요.
그래 맞아 다른 데껀 태백산 꺼 안보믄 몰라도 못봐줘.
근데 말이여, 강원도에 가니 이재경님하고 한영교님은
강원도 것이 젤루 좋다하데.
맞아요, 남남북녀라고 꽃도 북쪽이 더 이쁘요.
하여간에 두분이서 꽃 얘기로 정신이 없었다.
무슨 나무는 어디가면 있고, 어떤 꽃은 어데가서 봐야 하고
너에게는 갈차 줄까말까 하면서 애 먹이고, 비록 길은 돌긴 했지만
두분 얘기에 지루한 줄 몰랐다.
경산시내를 한바퀴 돌고 목적지에 도착하니, 이팝님이 벌써
출발하여 거의 우리 뒤를 따라 오고 있다고 한다.
군락지에 도착하고 보니 벌써 2시반이 넘어 있었다.
각자 싸(서)가지고 온 빵으로 끼니를 떼우는데, 으아리님은 배낭을
열더니 ㅋㅋ 나는 도시락인데 하며 은근히 자랑을 하는데,
보니 초밥을 맛있게 담아 왔다.
더욱 압권은 조고만 동그란 통을 열더니
"김치도 가져왔지요." 하면서 씩 웃으신다.
우린 으아리님 덕분에 빵에 김치를 싸서 참으로 맛있게
점심을 떼우고, 자리를 일어 났다.
난 그동안 등산 비스무리하게 꽤 올라 왔는데, 얼마나
더가야 하지 하고 있는데, 하늘타리님께서
"자 여기가 다 복수초야" 하신다.
으아... 복수초다. 나도 모르게 신음같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여기도 저기도 모두 복수초였다.
조금 더 올라가니, 복수초가 너무 밀집하여 받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밀생하고 있는 군락지가 있었다.
그리도 그리워 하던 복수초가 사방에 널려 있었던 것이다.
여기도 변산바람꽃 군락지와 마찬가지로 계곡을 끼고 활엽수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는 북사면, 그래 놀랍게도 북사면 비탈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며칠간 햇빛이 없었던 탓에 활짝 핀 복수초는
잘 보이지 않고 말카 봉오리 아니면 이제 겨우 필려고 하는 거의
봉오리에 가까운 넘들만 있었다.
복수초 사이사이에는 아직 봉오리만 맺혀 꽃이 보이지도 않는
노루귀도 상당히 많이 보였다.
다행히 그 수많은 개체 중에 딱 세넘이 80% 정도 피었는데
비록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꽃잎은 금빛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침 한곳에 몰려 있어서, 모두들 그넘들은 한번씩 돌아 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참, 금방 따라 온 이팝님과 그 조수님인 얼기미님,
그리고, 여호상, 오창훈님도 같이 찍었다.
이팝님은 요즘 같은 시대에 여전히 필카를 고집하는 분인데,
더우기 벨비아 아니면 쓰지도 않으니, ASA 50으로 흐린 날 산중에서
대체 노출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그리하여 물경 4초를 줬다는 둥, 8초를 주고 찍었다는 둥 엄살인지
자랑인지 하는 말이 나왔다.
덩달아 얼기미 제 3조수님은 반사판을 들고 꽃을 비추기에
바쁘고 그나마 인기가 있어서 여기저기 불려 다니다 보니
계약문제까지 들고 나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ㅋㅋ 대체 이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은
대구 산들꽃 사우회(http://herbro.co.kr/index.php)를 방문하여
물어 보시기 바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였다. 다들 사진 찍느라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복수초 봉우리들이 밟히는 불상사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말 그대로 발디딜 틈 없이 빼곡히 밀생하는 군락지라
한발자욱 디딜 때마다 복수초를 밟지 않기란 대단히 힘든 상황이었다.
우리들은 모두 행복한 비명을 질렀지만,
어제 밟힌 복수초의 영혼에게 이 자리를 빌어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모두들 실컷 찍고 내려 갈려는데 난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오매불망 복수초인데, 어떻게 그냥 내려간단 말인가?
이제 가면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하는 마음에 "아쉬워" 하는 소리가
그만 입 밖으로 새어 나오고 말았다.
으아리님이 의리있게, 그러면 우린 좀 더 찍고 가지요 뭐 한다.
그러면서 다른 분들에게 먼저 가시라고 하니 다른 분들은 편해키
내려 가버리고, 으아리님은 순전히 나 때문에 하릴없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되었는데, 막상 멍석을 펴고 누울라니 그만 눕기가
싫었다. 솔직히 실컷 찍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넘의 미련 때문에
남기는 했지만 별시리 더 찍을 것도 없었던 것이다.
한 십여분을 더 있다가 내려오는 데, 괜히 일행을 먼저 보낸 것이
후회스러웠다.
먼저 가신 이원정회장님, 이팝님, 얼기미님, 여호상님, 오창훈님,
애기물매화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다음에 또 만나면
꽃만 쳐다 볼게 아니라 얼굴들도 서로 쳐다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으아리님과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음을 기약하며 하산하였다.
이 글을 빌어 다시한번 더 대구 산들꽃 사우회 회장님과 으아리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