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자세히 보아야 예쁜 꽃, 여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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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구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4건 조회 3,792회 작성일 15-10-27 09:06본문
***조선일보 10/27일자 조간에 실린 야사모 회원이신 김민철 논설위원님의 꽃야그 입니다
[김민철의 꽃이야기] 자세히 보아야 예쁜 꽃, 여뀌
요즘 냇가·공터는 여뀌들 세상… 이삭 모양 꽃대에 붉은 꽃 촘촘
수수한 시골 아낙네 같은 꽃, '매운맛' 이용해 물고기 잡기도
개여뀌 흔하고 기생여뀌는 화려… 고마리·쪽이 비슷한 형제 식물
그러나 여뀌는 흔하디 흔해서 사람들이 잘 눈길을 주지 않는 꽃이다. 그저 잡초려니 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야생화에 관심 있는 사람도 여뀌는 너무 흔하면서도 복잡하기만 하다며 그냥 패스하는 경우가 많다. 여뀌는 다른 꽃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예쁜 모습을 포착하면 담는 정도의 꽃이다. 다른 꽃들은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도 많고 얘깃거리도 많은데 여뀌는 그런 것도 거의 없다. 여뀌는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피고 지는 꽃이다. 더구나 소도 먹지 않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식물이라는 인식도 퍼져 있다. 논밭에도 무성하게 자라는 경우가 많아 농사꾼에게는 귀찮은 잡초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뀌도 잘 보면 수수한 시골 아낙네같이 예쁜 꽃이다. 꽃이 피기 전에는 빨간 좁쌀을 붙여 놓은 것 같다가 분홍빛의 작은 꽃들이 차례로 피는 것이 너무 곱다. 다만 꽃이 워낙 작기 때문에 자세히 보아야 볼 수 있다. 황대권은 '야생초 편지'에서 여뀌는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참 예쁜 꽃이라고 했다. 그런데 워낙 무더기로 나니까 그저 귀찮은 풀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고마리·부레옥잠 등과 함께 수질을 정화하는 고마운 식물이기도 하다.
여뀌의 가장 큰 특징은 잎과 줄기에 '매운맛'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 이름도 'Water pepper'다. 이 성질을 이용해 예전 아이들은 물고기를 잡을 때 여뀌를 짓찧어서 냇물에 풀었다. 그러면 물고기들이 맥을 못 추고 천천히 움직이는데 이때 빨리 건져올리곤 했다. 김주영의 소설 '홍어'에도 짓이긴 여뀌를 개울에 풀어 붕어와 피라미들을 잡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뀌 종류는 개여뀌, 이삭여뀌, 기생여뀌, 흰꽃여뀌 등 30가지가 넘는 데다, 구분 포인트도 모호해 정확한 이름을 알기가 쉽지 않다. 야생화 고수들도 여뀌 분류에는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개여뀌다. 밭가나 숲에서 군락을 이룬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대개 '개' 자가 붙으면 본래 것보다 쓸모가 없거나 볼품이 없다는 뜻인데, 개여뀌는 여뀌의 매운맛이 나지 않는다. 그냥 여뀌는 끝부분에 분홍색을 띠는 연녹색 꽃이 꽃대에 성글게 달리는데 개여뀌는 붉은색 꽃이 촘촘히 달린다.
여뀌 중 가장 화려한 것은 단연 기생여뀌다. 꽃 색깔도 진한 붉은색인 데다 아주 향긋한 냄새가 나서 기생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자잘한 붉은 꽃이 드문드문 달리는 이삭여뀌, 붉은 가시 같은 털이 많은 가시여뀌, 꽃이 제법 커서 여뀌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받는 흰꽃여뀌 등도 그나마 특징이 뚜렷해 구분하기 쉬운 여뀌들이다.
여뀌와 비슷하게 생긴 형제 식물로 고마리와 쪽이 있다. 고마리는 잎이 서양 방패 모양으로 생겨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가지 끝에 연분홍색 또는 흰색 꽃이 뭉쳐서 피는 것이 귀엽다. 쪽은 잎을 쪽빛 물감을 들이는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재배하는 식물이다. 쪽은 여뀌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는데, 여뀌 잎은 매끈한 반면 쪽잎은 주름이 져 약간 울퉁불퉁한 점이 다르다.
여뀌를 얘기하면서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을 빠뜨릴 수 없겠다. '혼불'에는 '여뀌 꽃대 부러지는 소리'가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2권에는 '강실이에게는 그 목소리조차 아득하게 들렸다. 그러면서 등을 찌르던 명아주 여뀌 꽃대 부러지는 소리가 아우성처럼 귀에 찔려왔다'는 대목이 있다.
그런데 왜 많은 식물 중에서 하필 여뀌일까. 이 소설의 배경은 전북 남원의 노봉마을이다. 남원을 가로지르는 강은 요천(蓼川)이고, '요'자가 '여뀌 요'자라는 것을 알면서 그 궁금증이 풀렸다. 요천은 여뀌꽃이 만발한 모습이 아름답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얼마나 여뀌꽃이 만발했으면 이런 이름까지 얻었을까. 요천에 여뀌가 만발하니 요천 주변에 있는 소설 배경 마을도 당연히 여뀌가 흔했을 것이다. 요천은 광한루 앞 등 남원 시내를 가로질러 섬진강에 합류하는 샛강이다. 남원 사람들은 '요 천수'라고 부른다.
남원시는 소설의 배경인 노봉마을을 '혼불마을'로 지정하고, 이곳에 '혼불문학관'을 지었다. 지난 주말 혼불문학관에 다녀오는 길에 요천에 내려가 보았다. 강변 정비사업을 대규모로 한 데다 달뿌리풀 등이 번성해 여뀌가 자랄 공간은 많이 줄어들어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곳곳에서 전체가 붉게 물든 채 열매를 맺어가는 여뀌 무리를 볼 수 있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신입회원님들의 위하여 여뀌 실사진을 몇장 첨부합니다...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댓글목록
우구리님의 댓글
우구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논설위원으로 영전 하심을 감축드리옵니다...
얼릉 날 잡으셔서 소한마리 잡으셔야지요,,,
우면산님의 댓글의 댓글
우면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고맙습니다. 날짜만 주시면 잡겠습니다. ^^
우면산님의 댓글
우면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귀찮으실텐데, 까다로운 여뀌에 대해 조언해주신 더덕맨, 설용화님께 감사드립니다. ^^
알리움님의 댓글의 댓글
알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다들 꽃에 대해서라면 약간 거품을 물면서라도 설명을 아끼지 않으실 겁니다...ㅎㅎ
산맨님의 댓글의 댓글
산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요즘 더덕맨님 뭐하시고 계시나...ㅎㅎ...
대박님의 댓글
대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축하드립니다..
저도 남원의 요천이 여뀌蓼라는걸 배우게 되어 참 좋았거든요..
언제나 도움되고 쉽게 기억할수있게 멋진글을 주시니 감솨~~
몽블랑님의 댓글
몽블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뀌의 유래 잘 알았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우구리님과 우면산님은
닉네임이 같은 우씨라 그런지
우면산님 근황을 항상 우구리님을 통해서 알게되는군요~^^
우구리님의 댓글의 댓글
우구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나아뻔 우씨집안! ㅋㅋㅋ
들꽃아재님의 댓글
들꽃아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우면산님 영전 하심을 축하드립니다~~^&^
물안개아재님의 댓글
물안개아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우면산님 영전 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우면산님의 댓글
우면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대박, 몽블랑, 들꽃아재, 물안개아재님 고맙습니다. ^^
옥가실님의 댓글
옥가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영전을 진심으로 축하드며 승승장구하실 것을 기원합니다.
삼백초꽃님의 댓글
삼백초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전을 축하드립니다...
보고도 무심히 지나치던 여뀌에 대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영감님의 댓글
영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축하드려유!
소잡을때 꼭 불러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