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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일보에 기고한 '화악산은 산이아니라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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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옥가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4건 조회 3,269회 작성일 16-09-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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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중도일보 검색창에서 '김천환'을 검색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화악산은 산이 아니라 꽃밭

                                            김천환(수필가, IOREE 고문)

초등학생 소풍가는 날처럼 밤잠을 설치다가 휴대폰 알람소리에 겨우 깨어 카메라점검 등 산행준비에 분주하다. 아침잠이 많은 아내도 전날부터 김밥재료를 준비하고 이른 새벽에 김밥을 마느라 손놀림이 바쁘다. 늘그막에 몸도 불편한 아내에게 미안하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아내는 나를 위해 오랜만에 김밥을 마는 것이 무척 행복하고 흐뭇하단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꽃이 많다는 화악산에 가는 날 아침 이야기다.

화악산은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산이고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화천군의 경계에 있고 위도(緯度)상으로 한반도의 정중앙이라고 한다. 가평에서 화악터널을 지나 강원도 쪽 터널 출구에서 임도를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행이 산에 오르는 등산로 입구에서는 안개가 사라지고 파란하늘의 초가을 화창한 날씨가 되어 꽃 탐사에 아주 좋은 날씨가 되었다.

처음 눈에 뜨인 꽃은 자주색물봉선 꽃이었지만 산으로 오르는 길옆에 야생화가 널려 있다. 잎이 껄끄러운 까실쑥부쟁이, 옷이나 모자에 다는 방울장식 모양의 진분홍 꽃을 피우는 고려엉겅퀴(곤드래), 꽃이 배의 닻처럼 생겼다는 닻꽃, 주황색의 동자꽃 등을 만나며 오르다 보니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나온다.

늘씬한 패션모델처럼 키가 훤칠한 마타리는 금싸라기 같이 반짝이는 노란 꽃들이 모여 피어 있는 꽃송이가 강한 햇빛에 눈이 부시다. 마타리와 서식지가 같고 꽃모양이나 잎과 뿌리도 비슷한 뚝갈이라는 꽃도 있다. 마타리는 뚝갈에 비해 부드럽고 유연하여 여성에 비유되고 뚝갈은 잎이나 줄기가 억세고 거친 털이 있어 남성에 비유하기도 한다. 마타리와 뚝갈은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데 특히 뿌리에서 나는 된장 썩는 냄새 때문에 패장(??)이란 이름으로 한약재로 사용된다고 한다.

흙도 물기도 없어 보이는 큰 바위에 이끼처럼 붙어사는 다육식물인 바위채송화와 난쟁이바위솔꽃 앞에 사진을 찍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바위채송화는 학교나 집 화단에서 흔하게 보는 채송화와 줄기와 잎이 비슷하지만 꽃은 끝이 뾰족한 다섯 개의 노란꽃잎이 반짝이는 별처럼 보인다. 하얀 꽃잎에 속은 분홍색인 난쟁이바위솔꽃은 아주 작고 앙증맞지만 잎은 채송화처럼 다육질이고 크기가 채송화보다 아주 작다.

습기를 좋아하는 물봉선들이 산 정상으로 오르는 도로 옆 작은 배수로 주변에 여러 색깔의 꽃을 피우고 있다. 홍자색의 가야물봉선, 흰물봉선, 노랑물봉선 꽃들이 무리지어 도로 따라 알록달록 아름답게 이어지고 있다.

화악산에서 꽃 중의 꽃은 금강초롱꽃이다. 꽃길이가 4cm, 지름이 2cm 정도의 둥근 원통형 꽃이다. 항아리를 엎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인데 아래 끝 부분에서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땅을 향해 피는 꽃이다. 길다란 줄기에 땅을 향해 매달려 있는 꽃모양은 어둠을 밝혀주는 천사의 등불처럼 신비로움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일반 초롱꽃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꽃 밥이 붙어 있고 잎에 털이 없으며 꽃에 윤기가 있는 것이 다르다.

부모도 없는 오누이가 금강산에서 살았는데 석공(石工)인 오빠가 일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다. 기다리던 동생은 깊은 산속에 들어가 오빠를 찾아다니다 캄캄한 밤이 되면서 무섭기도 하고 오빠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어둠속을 헤맨다. 소녀의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초롱처럼 생긴 꽃이 피고 꽃에서 불빛을 비추어 길을 밝혀준다. 불빛을 따라간 소녀는 오빠를 찾기는 했지만 의식이 없었는데 갑자기 들고 있던 초롱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향기를 풍기더니 오빠가 눈을 뜨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 왔다고 한다. 그 후 오누이는 금강산에 구경 오는 사람들이 길을 잃었거나 힘들 때 이 꽃의 도움을 받도록 금강산 곳곳에 초롱꽃을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저오고 있는 전설의 꽃이기도 하다.

옛날 군인들이 전쟁 때 머리에 쓰던 투구와 모양이 비슷한 투구꽃도 피기 시작한다. 반짝반짝 윤기 나는 꽃 봉우리는 많이 보였지만 흰색바탕에 남색 꽃이 핀 개체는 하나밖에 만나지 못했다. 흔하지 않은 꽃이지만 화악산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큰세잎쥐손이풀도 있 다. 키가 1.5m는 되어 보이는 수리취, 엉겅퀴와 비슷한 꽃을 피우는 은분취, 꽃에 비해 잎사귀가 큰 단풍취, 맛있기로 유명하여 식재료로 많이 쓰이는 참취와 곰취 등의 여러 가지 취 꽃들이 구절초나 쑥부쟁이와 함께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화악산은 해발 1,468m나 되는 높고 큰 산이지만 땅이 기름지고 토양배수도 잘되는 땅이라 다양한 종류들의 야생화와 식물들이 많아서 산이라기보다는 꽃밭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흥미로운 산이다.

 

 

 

댓글목록

설용화님의 댓글

설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옥가실님이 수필가 이셨군요^^
유럽 다녀 오신 뒤로 조용하신가? 했습니다.

글을 자주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원본 출처
http://www.joongdo.co.kr/jsp/article/article_view.jsp?pq=201608312312

몽블랑님의 댓글

몽블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화악산의 꽃을 보러 가시기전, 보러 가셔서 꽃의 특징이나 모양등을 자세히 설명해주셨네요
글을 읽으면서 저도 저산을 갔었을때의 감흥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도랑가재님의 댓글

no_profile 도랑가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가끔씩  회원님들의 별명을 보면서 무슨 뜻이 담겨져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던데
옥가실님의 별명은  옥가실(玉佳室)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따오셨나봅니다.  옥가실의 아름다운 가을을 읽어보면서......

옥가실님의 댓글의 댓글

no_profile 옥가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 맞아요, 콩밭 매는 칠갑산 자락 에 있는 마을이지요.
'옥 같이 아름다운 집'이란 뜻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마을이지요.

가야금님의 댓글

가야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옥가실님 수필가라고 언득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글을 읽어보니 참 대단하십니다.
우리 야생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이런 훌륭한 글을 쓸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자주 꽃탐사에서 뵙기를 바랍니다.

삼백초꽃님의 댓글

no_profile 삼백초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화악산에 꽃이 많은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글로 읽으니 느낌이 참 좋습니다...
땀흘르며 올랐을때 와...
비오는날의 추억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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